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 사는 900만 명의 유대인 중 600만 명이 히틀러에 의해 잔혹한 학살을 당하게 됩니다. 위의 문구는 유대인들이 당시 비극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하여 세계 곳곳에 세운 ‘홀로코스트 기념관’ 앞에 적힌 문구입니다.
주후 70년 이스라엘은 로마에 의해 망하였으며, 135년 유대인들은 그 땅에서 완전히 추방되었습니다.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진 유대인들은 더 이상 한 국가라고 볼 수 없는 형태의 민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약 2000여년이 지나 1948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이스라엘은 5.14 독립선언을 통해 나라를 다시 회복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삼국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에 해당하는 기간으로, 이 긴 세월 동안 국가라는 울타리 없이 방랑하던 백성들이 다시 모여 나라를 이루었다는 것은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유대인들이 이토록 놀라운 역사를 이룬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탄생과 성장이 기록된 모세오경은 유대인의 역사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토라’라고 불리는 이 모세오경을 5살 때부터 달달 외울 정도로 배우며 익힙니다. 또한 그들은 율법과 전승이 기록된 탈무드를 주제로 부모와 자녀가 토론하는 밥상머리교육을 중시하며 역사와 문화전승을 철저히 이어왔습니다. 이와 같이 유대인의 역사를 기억하고 전수하는 힘은 2000년 만에 나라를 되찾는 기적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은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의 각축전 속에 쓰라린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역사교육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요?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의 20만 명의 어린여자아이들이 위안부로 끌려가 몹쓸 짓을 당하고 성병에 걸리면 생체실험에 사용되어졌습니다. 젊은 청년들은 태평양 전쟁의 총알받이가 되어 수십만 명이 죽음을 당했습니다.
북한의 남침야욕으로 발발한 6.25전쟁은 약4만 명의 유엔군과 13만 명이 넘는 한국군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지금까지도 찾지 못한 국군 유해는 13만 4천명입니다. 전쟁 직후 잿더미가 된 나라의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독일로 간 한국인 광부들과 간호사들은 어두운 땅 속 고된 노동과 시체 닦는 일을 견디며 가족과 고국을 그리워했습니다. 이처럼 이 땅은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선조들의 희생과 눈물이 거름이 되어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쟁이 끝난 종전국가가 아닌 휴전국가입니다. 이스라엘이 역사를 기억하는 힘으로 2000년 만에 나라를 되찾았던 것처럼 우리도 선조들의 피와 눈물로 얼룩진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전수하므로 끝까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켜 나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ㅡ 90또래 이은진
(그루터기紙 180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