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대 부회장이라는 부르심에 저의 첫 마디는 "아멘"이 아닌, "기도해볼게" 였습니다.
53대 때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즉각적인 순종이 정답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회장이라는 직분은 뻔히 보이는 정답을 애써 외면하게 만들었습니다.
직분에 대한 부담감은 ’과연 내가 이렇게 큰 직분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인가?’, ‘내가 부회장으로서 그루터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라는 고민들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결과로 ‘아버지, 이게 과연 그루터기를 위한 일일까요? 제 능력에 비해 너무 크고 무거워요.’ 라는 기도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아버지의 부르심에 불순종할 수 있는 용기는 없었기에 그간 받은 말씀들을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오인정전도사님께서 주신 ‘능력이 없다는 말로 주시는 직분을 거절하는건 겸손이 아닌 교만이다.’라는 말씀이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으로 제가 느끼던 직분의 부담감을 다시 되돌아 봤을 때, 아버지께서 이미 허락하신 능력을 바라보지 않고, 제 능력으로 감당해야한다는 교만한 생각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깨달음은 하나님 아버지의 부르심에 대한 “아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지만 아버지께서 능력주실 때에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는 그 말씀만을 붙잡고, 54대의 1년을 온전히 아버지께 맡기며 그루터기와 54대를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하겠습니다.
- 54대 부회장 황명신 그루터기
(그루터기紙 194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