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의사가 말한다.
“당신은 곧 죽게 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갑작스러운 사형선고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니, 내가 곧 죽다니...’ 우리 모두에게는 그러한 사형선고가 내려져 있다. 죽음까지의 기간은 길어야 칠팔십년 정도(시 90:10). 그 기간이 지나면, 아니면 더 이른 나이에, 모두 선고 받은 그대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100억, 1,000억, 세상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람도 때가 되면 다 놓고 죽음의 길로 떠나야 한다(욥 1:21). 이렇게 사망의 길에 놓여진 인간의 삶은 실로 허무하고 가련하기까지 하다.
죽을 수밖에 없는 나에게, 어느 날 의사가 다시 말한다.
“당신의 삶이 연장되었습니다. 그 기간은 영원한 생명입니다(요 3:16).”
곧 죽는다는 말로 절망에 빠져 어두컴컴한 마음에 갑자기 소망의 빛줄기가 비치고 한없는 감사의 눈물이 맺힌다. 이 보잘 것 없고 죄 많은 나를 왜 살려주셨는가. 하나님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셨는데 나는 그런 하나님을 등지고 배역하는 삶은 살아왔지 않는가. 나에게 왜 영원한 생명과 구원이라는 이 놀라운 축복을 허락해주셨는가.
자격이 없는 나를 살리시기 위해 예수님은 측량할 수 없는 긍휼과 사랑으로 다가와 안아주신다. 그리고 나를 위해, 나 대신 ‘값’을 치루기 위해 살이 찢기고 피가 눈물이 되어 흐르는 그 고통스러운 고난을 순종으로 당하시고 십자가에 달리셨다(마 26:28). 만물의 주관자 되신 예수님께서 언약의 당사자가 되셔서 십자가에 달리심으로 아버지의 뜻을 다 이루시고 택한 백성에게 그 의를 전가해 주셨다. 그리고 무덤에서 사망권세를 깨뜨리고 3일 만에 부활하셨다.
부활의 참 기쁨을 깨닫기 위해서는 예수님의 고난의 발자취를 함께 걷는 것이 필요하다. 십자가의 고난, 십자가의 피, 십자가의 권세와 능력을 알아야만 부활의 참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삶이 어두워 길을 잃고 작은 별조차 보이지 않을 때, 우리의 삶이 십자가의 순종과 고난에 동참하는 삶이 된다면, 그 빛은 예수님의 부활의 빛으로 아주 환하게 우리의 길을 비출 것이다. 부활의 새 생명을 주신 이에게 감사하며(롬 6:4), 죽어야 했던 내가 다시 살아남도 계속 살아감도 오직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한다.
─ 교육부회장 이장식
(그루터기紙 179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