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연년생의 언니가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 대회 상을 휩쓸던 그는 자연스레 예술고를 입학하고 실력을 인정받아 특별 지도를 받았다. 그리고 당연히 특별 전형으로 미술대학에 길이 열릴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파란만장한 하나님의 이끄심이 있었지만 다 생략하고) 이후 본 교회 신학교와 개신대학교 졸업장을 받았고, 동생인 나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언니의 27살, 본인이 원했던 아랍어과에(성경 역사와 관련이 있다며) 편입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누구보다 절실히, 즐기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보였다. 언니의 27살 대학 입학은 하나님께서 작정하신 인생의 적기였다. 수많은 뭣 모르는 20살 대학생 신입생과는 달랐다.
요즘 읽고 있는 책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8년간의 연애, 6년간 결혼 생활을 함께한 남편과 지긋지긋한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그 이후 사랑에 빠진 남자 데이비드와(그러고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니…)도 헤어진 34살의 상태에, 인도네시아 주술사의 권유로 1년간의 여행을 시작하며 이 책을 썼다. 나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그가 겪었을 막대한 자존감 훼손과 감정적 뒤틀림, 돌아보면 하찮기 그지없는 환경적, 사회적 시선들을 오롯이 맞닥뜨려야 하는 작가의 34살을 말이다. 아무튼 책 출판 후 10년이 지난 지금 작가는 안정적인 가정을 꾸렸고 여러 책을 흥행시켰고 부자가 됐다. 출판 10주년 특별 서문에 “이제는 이 책을 읽어야지만 과거의 내게 일어난 일을 기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마치 인생을 통째로 삼킬 것 같았던 작가의 34살은 평범한 하루를 사는 다른 34살들과 달랐던 그만의 타이밍이었다. 오히려 그가 하나님을 만나고 사랑하는 가족과 매일을 살아가는, 보다 자유를 얻은 건 지금이다.
우리 또한 매년 지나가는 상반기에 갑작스레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부담가지지 않아도 된다. 대신 각자의 타이밍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이 나를 위해 계획하신 때에 맞게 서 있는지는 점검하는 것이다. ‘역시 2020년도 글렀어’라고 자책하는 중에도 나태한 주위 사람들의 보편적인 시선 말고, 각자의 인생 안에서 하나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타이밍이 언제인지 확인해야 한다. 잘 알겠지만 인간의 계획은 연약하고 부질없다. 최고로 받을 수 있는 평가가 주관적인 성취감, 만족감 그리고 사람들의 평가와 돈뿐이다.
그렇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하나님께서 내가 서있기를 원하시는 적기에 내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여상히 내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면 그때에 맞는 열매를 선물처럼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태해질 때마다 이렇게라도 기도한다, “하나님, 저를 질질 끌고서라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그곳에 지체 없이 가있게 해주세요”
ㅡ 정유진 편집팀장
(그루터기紙 19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