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물질과 과학이 우상이 되어버린 시대에 ‘영적인 사람’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뒤떨어진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의 시대일수록 정신의 빈곤과 영혼의 갈급함을 느끼는 법이다. 청년의 때,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실력을 가다듬고 세상을 얻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영성을 개발하고 가다듬어야 한다.
과학이 발달했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실력과 수준이 평준화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 같으면 전문 분야의 학자들만이 알 수 있는 지식을 지금은 굳이 도서관까지 가지 않아도 손안의 단말기를 통해 검색하여 알아볼 수 있다. 이것은 엄청난 지식의 발달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뜻을 내포하기도 한다.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모두가 아는 세상에서 나는 과연 무엇으로 승부를 걸 것인가?
교회 장로님 중에 80년대 초에 사업을 시작해서 초창기에는 상당한 많은 수입을 올린 분이 있다. 이분은 전 세계를 누비며 자신만의 제품과 유통 등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분의 회사를 통해서 회사가 요구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인터넷에 노출돼있고, 모두가 알고 있는 상태에서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과학의 시대에 국내 CEO나 경영진들 중심으로 인문학 열풍이 분 지도 벌써 10여 년이 훨씬 넘었다. 무엇이 그 바쁜 사람들을 고리타분해 보이는 인문학 강좌로 불러들였는가? 직접적인 계기는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성공이지만, 이미 그 전부터 경영인들은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학과 실력뿐 아니라 뭔가 그 이상 가는 정신의 세계와 지혜가 필요함을 느꼈던 것이다.
“모든 이론을 파하며 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다 파하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케 하니”(고후 10:4)
사도바울은 우리가 육체에 있어 행하지만, 육체대로 싸우지 않고 우리의 병기는 육체에 속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 앞에 견고한 진을 파하는 ‘강력’(고후 10:3-4)이라며 위의 구절을 말씀하였다. 우리가 배우는 하나님의 말씀은 모든 이론을 파하며, 세상의 교만(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파하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케 하는 능력이 있다. 이것이 바로 영성의 힘이다. 과학이 첨단을 향해 달려갈수록 사람들은 과거의 역사와 정신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달려간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미 주신 ‘강력한 무기’, 바로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우리는 지혜를 구하고 현실을 타파해 나가는 실질적인 무기를 얻어야 한다. 이것이 영의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영적인 사람은 성직자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평신도의 삶 속에서 날마다 적은 분량이라도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는 삶을 말한다. 이 기본이 제대로 안 될 때 삶의 궁핍해지고 정신이 곤고에 처하게 된다. 세상 모든 이론을 파하는 강력한 무기, 우리의 산만한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케 하는 우리 인생의 훌륭한 스승의 코치를 받는 사람, 바로 훌륭한 영의 사람이다.
- 홍봉준 목사
(그루터기紙 19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