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렸을 적, 고된 시집살이를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께 싫은 소리 하나 않고 묵묵히 할머니를 모셨던 어머니를 통해 순종하는 모습을 배우며 자랐습니다. 이러한 모습으로 성장하면서 세상에서나 교회에서나 여러 모양의 사회에 속할 때마다 싫은 소리는 입 밖으로 내지도 못했고, 때론 손해를 보기도 하고 답답하며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기도하고 있을 때, 한 집사님께서 ‘너를 이렇게 지어주신 건 이 모습 그대로 사용하실 곳이 있으시기 때문일 거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신명기 28장 말씀이 떠오르면서, 나의 이런 모습을 통해 아버지의 모든 뜻에 묵묵히 순종하게 하심으로 그 크신 축복을 예비하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신 28:1)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삼가 듣고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그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
작년 3월, 저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취업 준비를 위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것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부르심에 순종한 아브라함처럼 진정 아버지의 뜻이었는지, 아니면 말씀에 순종치 않고 자기의 뜻대로 행하다 거센 풍랑을 만났던 요나처럼 단지 나의 생각대로 판단하고 행했던 것이 아니었는지 생각하는 하루하루였습니다. 주일을 지키기 위해 2부 예배 및 4부 예배에 참석했음에도 ‘그루터기 공동체가 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방문자 카드에 이름 적기를 주저하며, 기관 활동 망설이기를 두 달이었습니다. 당시 성경 1독을 계획하고 취업을 위한 기도를 했었는데, 성경을 읽을 때마다 매번 은혜가 되었던 것은 어떠한 특별한 구절이 아니라, 구하면 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간구를 들으셨으므로’, ‘이 말을 들으셨더라.’,
‘부르짖는 소리가 하나님께 상달한지라 하나님이 그 고통 소리를 들으시고’,
‘간구하였더니 그 응낙하심을 입었느니라.’
이렇게 구하면 주시는 하나님이신데, 근심과 걱정에 스스로를 옭아매어 전심으로 부르짖었던 적이 있기나 했었는지 돌아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허락하여 주시지 않을 것을 깨닫고 회개하며 기관 생활을 마음먹고 그루터기에 등록하였고, 정회원이 됨과 동시에 놀랍게도 취업이 되었습니다. 그 후, 매 순간 말씀으로 은혜를 허락하여 주심도 부족하여 성가대로 활동하게 하시고, 임원으로 봉사하게 하시고, 리더의 자리에서 다시금 나의 신앙을 돌아보며 성장 할 수 있는 은혜를 허락하여 주셨습니다.
그루터기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찬양하는 자리로 부르심에 순종하게 하심으로 찬송의 옷을 입혀 주셨고, 예배를 준비하는 자리로 부르심에 순종하게 하심으로 예배의 모든 과정에서 크신 감사가 있게 하셨고, 거룩한 성전을 청소하는 자리에 순종하게 하심으로 저의 삶을 더욱더 거룩하게 해주셨고, 조원들을 섬기고 기도하며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그 은혜의 자리로 부르심에 순종하게 하심으로 더욱더 중보기도에 힘쓸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어렸을 적 불만이었던 저의 성격이, 이 또한 하나님 아버지의 지으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감사로 순종하며 나아갔더니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을 은혜로 가득 넘치고도 흐르게 해주셨고, 손해 보는 것 같았던 모든 순간들도 이미 그 이상으로 갚아주시고 채워 주셨습니다.
임원, 리더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기에 칼럼 작성을 통하여 한 해를 돌아보게 하심으로 자칫 교만하여질 수도 있는 마음을 회개를 통하여 다시 잡아 주시고, 그 크신 사랑을 다시 한 번 넘치도록 느끼게 해주신 하나님의 깊고도 넓으신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내 뜻과 판단이 아닌 오직 아버지 하나님의 이끄시는 대로 순종하는 저와 모든 그루터기들 되셔서 예비하신 모든 축복이 모든 삶 가운데 임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ㅡ 이진원 예배총무
(그루터기紙 186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