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말에서 15년 초는 저에게 가장 어두운 시기였습니다. 부대에 갇혀있다는 괴로움, 선배 장교들의 차별대우, 부하들의 말썽, 청춘을 버리고 있다는 아쉬움, 교회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괴리감. 이런 여러 상황들에 나약한 저는 마치 누군가에게 반항하듯 이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내가 왜 군 생활을 하고 있지?”
힘들었던 수개월 동안 이 질문은 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저는 그때마다 ‘아 내가 군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직장을 다녔거나,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며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식의 푸념만 뱉어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런 푸념을 누나에게 뱉었을 때, 누나는 저를 호되게 혼내며 말했습니다.
“네가 지금 그렇게 임관할 수 있었던 것도 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거지 네가 잘나서가 아니야.”
당시 반항심에 전화를 끊으며 ‘아니 내가 사교육 없이 공부해서 서울 4년제 대학도 갔는데 뭐라도 했겠지 장난하나’라고 생각하며 씩씩거렸는데, 순간 그렇게 혈기에 찬 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낮추시기 위함이구나.’
내 주변의 모든 악조건들이 나를 단련하고 가꾸시고자 하는 하나님 아버지의 뜻임을 알게 되자, 참 신기하게도 힘든 일들에 대하여 전보다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일상 속에서 감사한 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찾게 된 소소한 감사의 주제들은 쌓일수록 신기하게 더욱 더 감사한 일들이 쏟아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하나님의 은혜로 장기에 선발되었고, 고등군사교육반에 입소하게 되었는데, 군 생활에서 고등군사교육반에서의 성적은 매우 중요했기에 저는 입소하기 전에 여주에 들러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지금까지 제가 겪어온 모든 역경들을 다 보내버리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을 때,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은혜였음을 제가 체험했으니, 앞으로 겪을 일들에 대하여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능력과 지혜로 능히 이겨낼 수 있도록 인도해주시고, 이 시간이 지났을 때, 다시 이 자리로 나아와서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기도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6개월 뒤, 저는 기도했던 대로 여주에서 다시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각자 저마다의 고난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남은 사순절 기간, 우리가 가진 고난 속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고난의 끝에서 하나님께 다 같이 감사할 수 있는 모든 그루터기 여러분들이 되길 기도합니다.
─ 교육총무 안은평 그루터기
(그루터기紙 179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