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전화를 받지 않는 친구를 대신해 자연스레 입에서 흘러나온 찬양이 제 머리를 때렸습니다.
“아무것도 두려워 말라. 주 너의 하나님이 지켜주시네”
힘든 하루 끝에 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지만, 정작 나의 모든 것을 책임져 주시고 지켜주시는 하나님께는 기도하지 않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매일 매일, 그날의 고민은 친구에게 털어놓으면서도 누군가 기도제목을 물어보면 큰 기도제목만을 생각하며, ‘난 요즘 기도제목이 없는데?’라고 생각했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친구에게는 말했던 고민들이 하나님께 털어놓을 기도제목들이었습니다.
분명히 하나님께서는 쉬지 말고 기도하라(살전 5;17),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일에 기도하고 간구하고 바라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 4:6)고 하셨는데도, 제 삶 속에는 사람에게 말하는 횟수가 하나님께 기도하는 횟수보다 많았습니다.
우리는 말씀을 통해 사람의 위로나 방법은 임시적이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되지 못하지만, 예수님은 참된 위로시며, 문제를 해결해주시는 분임을 배웠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위기에 처했을 때, 하나님께 구하지 않고, 강한 이웃나라를 의지하다가 하나님의 책망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사람을 의지하는 것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이와 같이 오늘 저의 모습처럼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 놓는 것 또한 순간의 감정들이 해소가 될지는 모르지만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의지하고 친구에게만 고민을 털어 놓으며 정작 하나님께 기도하며 의지하지 않는 모습은 과거 이스라엘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올해 그루터기 하계수련회는 “나를 들으시리로다(미 7:7-11)”라는 수련회 주제와 함께 3주간 세이레 동시각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적어도 사람에게 말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하고자 노력하는 그루터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렇게 기도의 횟수가 늘어나고, 크고 작은 기도제목들을 많이 찾는다면 삶 가운데 가까이 해주시는 하나님(신 4:7)을 직접 체험하는 저와 그루터기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ㅡ 91또래 김명은
(그루터기紙 181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