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를 초월하여 전 세대를 아울러 MBTI는 크게 유행했고, 이미 우리의 삶 속에 정착하여 회사, 가족, 친구, 더 나아가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MBTI가 어떻게 되세요?”하며 질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질문에는 “대담한 통솔자”, “정의로운 사회운동가”, “용감한 수호자”와 같은 수식어를 더해 본인이 어떤 사람에 해당하는 지 진단을 해서 알려준다. 이처럼 나름대로 세상에서의 기준으로 본인을 확인하듯이 구속사적 관점의 기준으로 ‘하나님께서 보신 내 신앙의 평가는 어떠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편소설 한 편씩은 충분히 저술되고도 남을 전설적 신앙인 이삭, 야곱, 요셉 3대(代)를 히브리서 11장 20-22절은 단 한 문장, 또는 두 문장씩으로만 ‘쿨하게’ 처리하고 있다.
“믿음으로 이삭은 장차 오는 일에 대하여 야곱과 에서에게 축복하였으며”
“믿음으로 야곱은 죽을 때에 요셉의 각 아들에게 축복하고, 그 지팡이 머리에 의지하여 경배하였으며”
“믿음으로 요셉은 임종시에 이스라엘 자손들의 떠날 것을 말하고, 또 자기 해골을 위하여 명하였으며”
‘이런 위대한 인물들이 겨우 한 문장, 혹은 두 문장으로밖에 기록이 안 되었으니 나는 기록될 수나 있나?’, ‘잘 쳐주시면 두 글자 정도는 들어가려나?’하며 비통하기엔 이르다. 귀에 딱지 지도록 듣던 아브라함부터 예수님까지 구속사(救贖史) 2천년 역사 속의 42명을 마태복음 족보에 단 한 장으로 압축하신 분이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시지 않았다면 말할 수 없는 눈물의 구속사 사연이 단 한권으로 구성된 성경 66권에 다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생각을 해봐야한다. Covid-19가 처음 발생한 2019년 12월부터 지금까지의 내 신앙생활, 신앙상태 등을 두 문장으로 줄이면 과연 무엇이 기록될까. 두 문장은 둘째 치고, 단 한 문장이라도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나오기는 할까. 과연 우리가 매일 나름대로 애쓰며 보내고 있는 하루 하루는 ‘구속사의 관점’에서 보면 기록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또한 ‘각자의 합리화가 가득 차있는 신앙의 기준’으로 죽어라고 힘은 쓰는데 하나님 편에서 보셨을 때 단 한 줄도 써줄 만한 내용이 없는 건 아닌가. 나는 무엇을 위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삭, 야곱, 요셉을 기록한 한, 두 문장들은 그들의 삶에 있어 ‘마지막’에 대해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우리는 여전히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매일의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는 삶이지만 하나님 아버지는 그래도 무던히 참고 또 기다리시면서 마지막에 한두 문장짜리의 역전이라도 나오기를 애타게 고대하고 계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 앞에 설 때 수줍게나마 자랑할 내 인생의 MBTI는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그루터기가 돼보면 좋을 것 같다.
- 강희승 그루터기
(그루터기紙 194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