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태신앙으로 교회를 다닌 지 꽤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말하기 힘든, 또 묻기 힘든 말이 하나가 있다.
“은혜 받았다”
이 말이 내게는 너무도 힘든 말이다. 솔직한 마음으로 이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정말 은혜를 받은 것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은혜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부분이 있기에 정확하게 알고 쓰지 않으면, 명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모를 죄책감이 생기기도 한다.
예배를 드리고 난 후, 행사가 끝난 후, 또 자기만의 어떤 일을 겪은 후 사람들은 말한다. “은혜 받았다.” “은혜 받으셨어요?” 나는 그런 일상적인 대화와 질문자체가 가끔은 힘겹기도 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정말 다른 사람이 느낀 은혜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기도 했다.
은혜를 받았다는 것. 그 말을 천천히 곱씹어 보기로 했다. 은혜라는 단어를 나는 쉽게 이해 할 수 없어서 뒤에 있는 ‘받았다’라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받는다는 것은 내가 직접 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도 내가 받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나는 받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나의 가족, 친구들과 그루터기의 많은 동역자들,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방송팀, 그리고 51대 임원단. 이들 모두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들은 내가 전부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받았던 모든 것들이 은혜가 아니었을까.. 성경적으로, 또 신앙적으로 나는 아직까지 너무 어리다고 생각해서 많은 것을 알지 못하지만 받는다 라는 것은 나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었다. 내게 주어진 것, 내게 주시려고 하는 것들이 많을 텐데 내가 그것을 받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내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주어질 많은 순간들과 구원의 축복을 내가 진정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은혜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노력하기로 했다. 주어진 것들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내게는 51대 임원단이라는 1년의 시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그루터기 생활이 주어졌다. 나는 그 생활에서 주시는 것들을 최대한 받으려고 노력해야겠다. 그러면 나에게 주어진 은혜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하기 힘든 말이 아닌 어느새 입술로 가장 먼저 고백하는 말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은혜 받았다.”
ㅡ 방송선교팀 팀장 김남주
(그루터기紙 182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