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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책으로 산다.

저는 책을 싫어합니다. 학업이라는 이유로 이어져 온 기억들은 밖에 나가 놀기보다 만화를 좋아하고 책이라는 세상을 그 자체로 탐구하고 몰두하는 행복했던 추억들을 묻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제는 책을 필요에 의해 읽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관성적으로 책을 펼치고, 습관적으로 답을 파헤칩니다. 글의 의도와 내용을 분석하기보다 그저 꿈을 펼치고 행복하게 미소 짓던 일은 기억으로만 남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어째서 책은 변한 것이 없는데 나는 더이상 행복하지 않을까? 분명 행복은 최고의 목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추구하고 더 나은 삶을 찾아 헤맵니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가치판단의 요소로서 기능하는 데에 행복을 제외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사고를 이끄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 중 하나가 행복임은 분명합니다.

변한 것은 무엇인가 저는 고민해봤습니다. 의외로 답은 간단히 나왔습니다. 행하는 바를 믿는다는 전제하에 어릴 적 책을 보는 행위는 나를 둘러싼 세계를 넓히는 일이었고, 이는 내가 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의 크기가 커지는 일이었습니다. 반면, 지금은 시험이라는 근시안적인 목적에만 집중하여 책은 나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인도하는 선생님이 아닌 무기적으로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기능하고 있었습니다. 즉, 과거와 달리 책은 성장의 교두보 역할이 아닌 하나의 기록물, 그 자체로 전락했던 것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변함이 없는데 인식의 차이가 같은 대상을 성장의 디딤돌과 지나쳐가야 할 바위 덩어리로 분리시킨 것입니다.

결국 변한 것은 제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저는 성경을 읽습니다. 말씀을 듣습니다. 그리고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어릴 적 교회에서 배웠던 성경이야기를 신이 나서 엄마에게 전달하던 아이는 이제 없습니다. 생각하고 아는 것을 남들에게 설명하고 표현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발언은 공적인 표현이고, 이는 모두의 협력, 비판,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형성적 요소입니다. 우리는 말을 전달함에 있어 무거움을 깨달았고, 본질을 잃었습니다.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을 꿈꾸면서 어른이고자 남길 원합니다. 성숙한 신앙과 순수한 신앙은 다릅니다. 남들에게 비전을 가지라 말하면서 스스로 겨자씨의 믿음을 저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씀을 배웁니다. 성경을 읽고 말씀을 듣다보면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가운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알게 됩니다. 성경은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같은 구절, 같은 말씀도 언제나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을 전합니다. 저는 아직 어립니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고,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이 넘쳐납니다. 저를 감싸고 있는 세상은 너무나도 두려운 것이 많고 제가 가지고 있는 무장은 한없이 모자랍니다. 그럼에도 내게 주시는 사랑을 알기에 좌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늘 언제나 변함없이 바라봐주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 드립니다. 아멘


나 여호와가 옛적에 이스라엘에게 나타나 이르기를

내가 무궁한 사랑으로 너를 사랑하는고로 인자함으로 너를 인도하였다 하였노라(렘 31:3)




ㅡ 박주현 방송선교팀 부팀장

(그루터기紙 18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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