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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말하는 그루터기, 그루지

저는 요즘 어떤 고독하고도 유머러스한 할머니와 출퇴근을 같이 합니다. 가끔 성질을 부리시기도 하지만 커피도 함께 마시고 자기 직전까지 박장대소 하며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습니다. 할머니는 말씀하시는 게 인생 다 산 사람(?)처럼 쿨 하시기도 한데 마음이 쌀 한 톨만 해질 때도 있어 우습기도 합니다. 아! 특히 요리에 대해서는 청년보다 더한 열정을 보일 때도 있는데 그럴 땐 ‘나이 불문하고 사람 속은 늘 푸르른 청춘이구나’ 싶습니다.


잠시나마 제 킬링 타임 친구였던 이 할머니는 산문 ‘사는게 뭐라고’의 저자 사노요코 작가입니다. 201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쓴 책인데 다소 냉소적이면서도 뜨겁고, 감성적인 면이 뒤섞여 독자의 마음을 한바탕 뒤집습니다.


이처럼 글은 마치 그 사람을 보는 듯, 참 솔직합니다. 지적(질)에 물 오른 날카로운 글이 있는가 하면 너무 박학다식 하고 꼼꼼해서 읽는 이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도 하고 차분한 위트로 웃음 짓게 하는 글, 아니 사람도 있습니다. 때론 글쓴이의 통찰력에 위로 받아 눈물짓기도 하여 다시금 그의 삶을 피부로 느끼고자 몇 번이고 같은 책을 집어 듭니다.


그래서 ‘구속사 시리즈’가 세계 곳곳에 전달되어 많은 사람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글쓴이의 간절함과 뜨거움이, 그리고 성경을 관통하는 살아계신 말씀이 담겨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용은 결코 쉽지 않지만 책의 문장, 문장이 예수님께서 끝까지 제자들을 놓지 않고 ‘괜찮다’ 붙잡아주셨던 그 사랑처럼 우리를 책의 말미까지 데리고 가 기어코 은혜를 받게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속사를 펴고 치열하게 숫자를 더하고 지도를 보고 있지만, 어느새 그 숫자와 지도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글을 쓴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글을 쓰자니 흔한 수식어와 한 줄 정도 쓰고 마는 과도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실 수도, 한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듯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가는 시리즈물 전문가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마저도 필자의 매력이고 글이 가진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루터기 주보에는 매주 칼럼이 실립니다. 저는 여러분의 작은 일부이지만 가장 값진 부분을 함께 나눌 때 은혜가 배가 되고 지친 삶에 응원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루터기 이야기가 가득 담긴 그루지를 통해 여러분이 항상 따뜻함을 느끼고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 글을 통해 그루터기만의 솔직 담백한 소통을 이어나가기를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ㅡ 정유진 편집팀장

(그루터기紙 18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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