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오고야 말았다. 한 해의 종착점이 멀지 않았다는 것과 동시에 마무리를 위해 지나 온 시간을 반추할 때라는 신호가 깜박깜박 켜진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2018년도는 어땠을까? 돌아보면 올해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간 해였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고,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그저 손발이 묶인 채 패배감에 젖어 끌려간 시간들이라고 생각했다. 어두움도 시간이 지나면 눈에 익을 만도한데, 여전히 내 앞에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만이 존재했다.
아브라함의 심정이 이랬을까? 지금의 우리야 그의 결국을 보았기에 그의 여정을 끊임없이 비추며 인도하는 한줄기 빛을 알고 있지만, 그 당시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이 광야교회의 여정을 걷는 아브라함에게도 마찬가지의 흑암이 존재했을 것이다. 우르에서 영광의 하나님으로 현현하신 하나님을 만나고, 그 빛에 이끌려 하란으로 이동하여 신앙의 교육을 받기까지, 그리고 그곳에서 아버지 데라를 마음속에서 떼어내 다시 가나안으로 이동하기까지. 그 여정을 히브리서 11:8은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갔으며’라고 기록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의 여정은 ‘지시한 땅’이 아닌 ‘지시할 땅’으로 가야하는 막막하고 정처 없는 나그넷길이었기 때문이다. 계획된 일정도, 경로도, 대략적인 목적지조차도 아무것도 모른 채 발걸음을 떼야하는 아브라함에게 한발자국을 떼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의 심정이야말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흑암의 두려움이 늘 인생저변에 깔려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결국 하나님께서는 그를 하나님의 뜻이 머문 가나안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하셨다. 혼자서는 한걸음도 내딛을 수 없는 어둠의 여정 속에서 어떻게 909km의 거리를 이동하게 하셨을까? 방법은 단 하나! 바로 “매일매일 하나님이 지시하시는 음성을 듣는 것”이다. 미래의 모든 것을 이미 다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나의 인생, 나의 계획과 목적을 한 걸음, 한 걸음 인도하시지 절대 한꺼번에 인도하지 않으신다. 매일 하나님의 지시를 받는다는 것은, 나의 생각과 능력, 경험을 내려놓고 매일 하나님께 묻고 시작하겠다는 신앙의 결단이며, 나의 인생의 여정을 책임져주시는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믿음의 고백이다. 다시 말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가는 삶’은 매 걸음마다 나와 함께하시는 임마누엘 하나님을 매일 만나고, 체험하는 축복의 삶이었던 것이다.
이보다 행복한 삶이 어디 있을까! 매 걸음마다 간섭하여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 아브라함에게 역사하셨던 하나님이 오늘날 나에게도 동일하게 역사하셔서 불안하고 흔들렸던 아브라함의 신앙을 믿음의 조상으로 세우시기까지 나의 믿음 역시도 견고하게 세워주실 것을 확신한다.
존 칼빈이 말하길 ‘신앙이란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도 내가 당신의 음성을 알아차리길 그 누구보다 간절히 기다리고 계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 지시에 의지하여 순종할 때에 반드시 올 한해 각 자가 원하는 소원의 항구에 도착해있음을 믿는 그루터기 모두가 되기를 소망한다.
ㅡ 독수리 성가대장 이보라
(그루터기紙 1830호)
